고대 그리스어 hegemon에서 유래한 헤게모니 지도자, 우두머리란 뜻입니다. 패권, 지도력을 뜻하기도 하여 초기에는 국가 간 영향력에 대한 용어였지만 현대에는 사회문화적 지배로 확장되었습니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문화적 헤게모니
정치 사회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헤게모니란 말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람시는 헤게모니의 원뜻을 단순한 물리적 강제력이 아닌 사람들의 자발적 동의에 기초한 문화적. 도덕적, 지적 리더십으로 이해했습니다. 즉, 지배계급은 억압을 넘어서 피지배계급이 자신들의 가치와 질서를 자연스럽고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헤게모니는 단순한 무력이나 법적 지배가 아닌 동의(consent)를 통한 지배를 의미한 거죠. 그가 말하는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세계관을 보편적 상식으로 포장해 피지배계급에게 내면화시킵니다. 언론, 교육, 종교, 예술 등을 통해 의식적 저항 없이 지배 이데올로기가 확산되는 것이죠. 강요가 아닌 내면화된 동의가 포인트입니다.
그람시는 전통적 지식인과 유기적 지식인을 구분하였습니다. 전통적 지식인은 계급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유기적 지식인은 특정 계급, 특히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며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여기서 지식인은 문화 헤게모니를 구축하거나 전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정치 사회 문화 헤게모니
그람시는 사회를 크게 두 층위로 나눴습니다.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인데 정치 사회는 정부, 군대, 경찰 등 물리적 강제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보았고 시민 사회는 학교, 언론, 종교, 문화 등 사람들의 자발적 동의를 형성하는 영역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런데 이 헤게모니는 주로 시민사회를 통해 작동합니다. 지배 계급은 이 영역에서 자신들의 이념을 보편적 진리처럼 퍼뜨리려 합니다.
현대 사회는 문화 영역에서 보다 강력한 헤게모니를 발휘합니다. 그람시는 기존의 헤게모니를 깨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무장 투쟁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문화적.이념적 투쟁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즉,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을 제시하고 그것을 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수용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것을 전면전에서 진지전으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물리적 충돌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문화와 담론 속에서 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대에 정치적 권력보다 문화적 영향력으로 더 강력한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있는데, 소위 좌파 연예인들이 대중을 더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것처럼, 오늘날 헤게모니는 총칼이 아니라 콘텐츠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이제 문화는 지배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문화 산업은 무의식을 통해 작동하는 가장 은밀한 헤게모니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물리적 통제가 아닌 자기 인식의 틀을 제공하는 지배입니다.
헤게모니 사용법
예를들어 미국이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으로 국제 질서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미국이 국제적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혹은 미국이 헤게모니 국가로 군림한다라고 표현합니다. 국제 질서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국제적 헤게모니의 기반이 된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거죠. 중국이 도전하는 건 미국의 헤게모니인가? 이런 표현도 가능하고요.
그건 그렇고 앞으로는 문화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쪽이 최후의 승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가 아닌 문화주의로 시대정신의 전환을 꾀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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